[심상정 대선토론회, 그 아쉬움에 대하여] -"친노는 분노한 게 아니야. 사실 겁먹은 거야."
심상정 대선토론회 이후 끄적거렸던 글인데 올려봐야 이해를 못 할 것 같아서 그냥 가지고만 있었지. 근데 오늘 지나면 끝이니까 정의당에 대해 문재인 지지자들이 왜 화가 났는지 알려줄게. 말해줘도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대선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이며, 참여정부의 노동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어. 꼴진보들은 이 논란에 대해 단순히 문재인을 비난해서 문 지지자들이 뿔났다고 오해를 하는데 그것은 진실이 아니야.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냥 정치에서 손 놔. . . 1. '우리 이니 까지 마'가 전부라고 생각해?
심상정 발언의 저열함에 대해 개인적인 분노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이해가 안 되시는 분은 조용히 내 페북을 지나치면 돼. 나는 문제가 된 심상정의 발언을 들으며 가장 먼저 '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 이유는 첫째, 필연적으로 따를 당내 논란에 대한 우려, 둘째, 진보의 성찰 없는 모습 노출, 셋째, 친노들의 공포심 자극 때문이었어. . . 2. 또 다시 이어진 대규모 탈당 사태
역시나 우려대로 정의당 당내 논란과 함께 대규모 탈당 사태가 이어졌지. 정의당은 독특한 조직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머리는 소수의 진보활동가이자 진보 정치인, 몸통은 다수의 친노 성향의 일반시민인 노유진 당원이라는 점이 그것이야. 그리고 머리와 몸통의 성향은 물과 기름만큼 달라. (대부분의 당원들은 이 머리의 실체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들을 개혁해야 정의당에 미래가 있다고 나는 확신해.)
당원 비율을 보면, 수적으로는 몸통이 70%를 상회하지만 의사결정권은 대부분 머리인 진보활동가들에게 있어. 그리고 이 진보활동가들이 이번 토론회를 비롯해 대선 기조의 대부분을 결정했지.
그런데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심상정의 발언은 일부 머리가 다수 당원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사건이야. 난리가 안 나면 이상한 일 아니겠어? 정의당원의 다수는 노무현을 마음에 품고 있지만 정당 개혁, 정치 개혁을 위해 정의당을 택한 사람들이야. 도저히 민주당으로는 갈 수 없으니 정의당으로 온 거지.(이 점에 대해 이의가 있을 수도 있지만 우리 조금 솔직해지자. 솔직히 국당으로 문제아들이 우르르 빠져나가기 전 민주당 상황은 설명 안 해도 다들 알잖아;;)
그렇다고 이들이 민주당 평당원들과 성향이 크게 다르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야. 복잡하지? 응, 맞아. 정의당은 좀 복잡해. 그런데 이 복잡한 구조를 이해해야 내 말도 이해할 거야.
결국 심상정의 발언은 문재인이라는 외부자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내부자들에게 날린 화살이 된 격이야. 이것은 어찌 보면 친노 성향 당원들에게는 나가라는 선전포고로도 보일 수 있어. 그리고 그 선전포고를 알아들은 많은 당원들이 등을 돌렸지.
정의당 게시판에는 연일 심상정을 성토하는 글과 옹호하는 글이 오르내렸고, 당게는 지난 메갈 사태 이후 다시금 후끈 달아오르며 당원이 당원을 저격하는 난장판으로 변모했어. 이 사태는 반드시 대선 후에 문제를 불러올 거라 봐.
모든 정당들에게 대선과정은 전당원이 한마음으로 합심해도 힘에 부치기 마련 아니겠어? 작은 진보정당은 오죽하겠어. 그런데 정의당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당이 사분오열이 되었어. 잘 될 턱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해 정의당 지지율이 올라갔고, 입당자 수가 늘었다고 반박할 사람도 있을 거라고 봐. 정의당 지지율? 어차피 본선거에선 10% 못 넘을 건데 이번 대선 지지율이 높아질수록 차후 이어질 지선과 총선에는 악재가 될 거야. 그리고 친노계열 당원들이 탈당한 만큼 신입당원들이 들어왔다고 좋아할 사람들은 좋아해도 돼. 그런데 그거 알아? 이번에 탈당한 당원들은 창당 초기부터 이 당에 헌신했던 사람들이야.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당원들이었다고. 바로 그들이 돌아선 거야. 이 점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 된다면 진심으로 말하는데 그냥 내 페북을 벗어나줘;; . . 3. 진보야, 니들은 사과 안 하잖아.
이 땅의 진보라는 사람들은 과연 자신들의 생각처럼 정의롭고, 선할까?
정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정의가 뭐야? 정의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거라 보는데 나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쉽게 풀어볼게. 내가 생각하는 정의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않는 것. 만약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범한 이들이 있다면 그에 합당한 응징을 가하는 것이야.
그런데 이 땅의 진보는 어때? 남을 응징하고 비난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검증 당해 본 적 있어? 응징 당해 본 적 있어? 언제나 날카로운 불꽃을 피우며 날아드는 정의의 화살이 진보만 피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반성해 본 일이 없는 이들이 주구장창 15년 전의 참여정부 노동정책만을 비난해.
친노 성향의 사람들 앞에서 참여정부에 대해 이미 시기가 지나도 한참 지나 강산도 두서너 번 바뀐 시점의 비난을 꺼내놓으면 그것이 먹힐까? 오히려 이것들이 나를 모욕하나 싶어 반발심만 생기지.
그럼 노무현의 참여정부를 비판하면 안 되냐고? "응, 돼. 완전 돼. 비판하고 싶으면 니 맘대로 해." 그런데 도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을 건지가 궁금하다. 사골도 두어 번 우려먹는 거지 열 번, 백 번을 우려먹으면 그냥 맹물에 뼛가루나 마시는거지 무슨 영양분이나 있겠어?
그런데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비난하는 당신들. 그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어? 자신들이 비난하던 그것들을 지난 15년간 하나라도 바꿔본 적 있어? “우리가 아무 것도 못한 건 환경 탓이야.“ 라면서 언론과 국민들 핑계는 대지 말자. 정말 없어 보이니까;;
당신들이 증오해마지않는 그 노무현. 그 사람은 맨손으로 시작했어도 대통령이 됐잖아. 사람들이 그를 선택했어. 사람들이 그의 매력과 리더십에 기꺼이 승복 당했다고. 당신들은 왜 못할까? 그러고도 노무현을 일방적으로 비난할 자격이 있어?
좀 앞을 보고 나아가라고. 과거만 붙들고 질척거리니 진보도 그냥 질척거리는 이미지만 남지.
게다가 심상정은 문까기에만 집중하다가 자신의 의제를 놓쳐 버렸다고. 발정이랑, 징징이랑, 헛똑똑이랑 차별성을 두는 일은 그들이 청문회를 할 때 심상정은 정의당의 정책을 말하고 당신과 함께 국정을 운영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야.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줬어야 했다고. 언제까지 지지율 5%도 안 나오는 진보정당만 할 거야? 입각은 안 해? 국정운영은 꿈만 꿀 거야? 정의당이 자랑할게 정책이라고 했지? 도대체 토론회에서 뭘 홍보했어? ‘심상정, 시원하다.’ 끝?
그런데 심상정은 시원하다 치자 당은? 정의당은? 심상정이 당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고 난 뒤에 정의당은? 여기저기 화살 받이 만들어 놓고 입각도 못 해서 후진도 못 키워내게 된 이 당은 어쩔 거야?
10%가 보이니까 맹목적으로 지지율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어. 당의 자산을 다 지지율 10%에 몰빵 했어? 솔직히 말해보자 지지율 10%가 나올 거라고 생각해? 총선은 몰라도 대선에서? 안 나오는 거 다 알잖아. 이번 대선에서 심상정이 했어야 하는 일은 당선가능성이 없는 대통령 후보 레이스가 아니라 지선과 총선에 대한 대비였어. 지역을 발굴하고, 인물을 찾아내고, 가능성 있는 지역에서의 집중 유세로 만날 전재산 몰방해서 선거 나가고 빈털터리 되는 진보정당 후보자들을 위한 공중전이었어야 한다고. 그런 연계는 고민은 해본거야? . . 4. 스믈스믈 올라오는 공포
내가 가장 빡치는 것이 이 부분인데 아마 꼴진보들은 자기들이 뭘 건드리는지도 모르고 대선토론회에서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물고 늘어졌을 거야. 지들 딴에는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을 공격하는 회심의 일격이라 생각했겠지.
그런데 그 발언은 친노들을 각성시켰어. 어떤 각성이냐면,
"내가 다시는 비판적 지지를 하나 봐라. 무조건 지지만 할 거다."
친노들은 아직도 기억해. 당선 후 노사모와의 만남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나 당선됐는데 당신들 이제 뭐 할꺼냐.”고 물었더니 "감시. 감시. 감시." 외쳤던 자신들의 모습을.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아마 혀를 깨물고 싶을 걸? 노무현이 대통령 직을 유지하던 그 5년 동안 비판적 지지라는 개소리를 앞세우며 그를 온전히 지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그를 외롭게 했고 결국은 스스로 세상을 등지게 했다는 자책에 다들 몸서리 치고 있을 걸?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혹시 이번에도 지켜주지 못할까봐 너무 무섭고, 두려워. 물론 이들의 자책은 장수를 외롭게 했다는 것만으로 끝나지는 않아. 그로 인한 나비효과로 내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정권을 잃고, 국가를 후퇴시키는데 일조를 해버렸다는 통탄도 포함되어 있지.
장수 하나를 전쟁터에 우뚝 세웠다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야. 그에 못지않게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나의 참여, 후방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들은 몰랐어.
이런 복잡한 감정들이 지금 문재인 지지자들의 마음속에 온전히 뿌리 내리고 있어. 문재인 지지자들의 가슴에 한이 있다고. 그 한의 정서를 이해 못하면 정의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함께 갈 수가 없어.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해.”, “ 우리 이니 꽃길만 걸어.”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야. 표현은 유머러스하지만 저격을 하고 있는 거야. 꼭 지켜주겠다는 약속의 표현이면서 이번 정권에서도 ‘패악질’을 하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경고야.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탄의 감정을 담고 있는 거라고. . . 5. 입각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의 민주당의 차이점은, 민주당이 이제 정말 ‘진정한 수권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는 점이야. 국민의정부가 준비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긴 했지만 대통령만 준비되면 뭐해? 하부 조직이 장악이 안 되는데. 역사상 첫 정권교체였고 국정운영 경험도 없었으니 우리 인체로 따지면 모세혈관까지 싹 장악하기는 힘들었을 거야. 그 5년이 안 봐도 비디오야. 김대중의 카리스마와 회유 작전이 아니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야.
그러니 참여정부 때야 말해 뭐해. 여기저기서 흔들어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실적을 보면 박수쳐줘야 해. 꼴진보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여기서 또 노동정책 어쩌구저쩌구 할 거면 내 페북에서 썩 꺼지라고. 국정 운영에 노동뿐이 없니?
그런데 문재인이 정권을 잡으면 어떨까? 경험치는 축적되는 거 알지? 민주당 안에는 지난 민주정부 10년을 거치며 국정 경험이 충분한 인재들이 수두룩하고, 문재인의 정당 개혁으로 줄기와 뿌리가 상당히 단단해졌어. 나는 우리나라 역사상 정당개혁을 이만큼이나마 이뤄낸 인물은 문재인 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두 눈 부릅뜬 국민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이들은 앞으로도 두 눈 부릅뜨고 문재인을 무조건 지지를 해줄 성향의 지지자들이야. 다시 말해 쉽게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말이야.
그럼 이제 생각해 봐. 이 시점에서 정의당을 위한 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문재인의 선의에만 기댈 거야? 문재인이라면 충분히 그럴 사람이라 보이지만 자리라는 게 아무리 문재인의 의지가 있다고 해서 뚝딱 떨어져? 부정하고 싶어도 논공행상이라는 것이 있는데. 정의당은 정권교체를 위해 무슨 기여를 했나?
더럽고 치사해? 응, 더럽고 치사해도 좋으니까 나는 정의당 인재들이 많이들 입각해서 국정 운영의 경험을 쌓고 능력을 키우길 바라. 그런데 아마 정의당을 위한 자리는 없을 거야. 이게 못내 가슴 아프다. 입각의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 버리고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지도 못 했어. 이게 내가 심상정과 꼴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이유야.
여론의 행방을 읽지 못하고 구진보의 유물로만 당을 운영하고, 선거를 치러. 자기들이 만날 욕하던 민주당도 정당 개혁을 이뤄냈는데 정의당은 퇴보만 해. 도대체 무슨 근거로 민주당보다 정당민주주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 듣고 싶네. 지난 전국위와 대의원대회 이야기는 꺼내지 않을게 자꾸 내가 초라해 지니까. 시간은 흐르고 국민들의 입맛도 변해가는 데 어쩜 그렇게 내 스타일만 고수할까? 진보라며? 그럼 진보를 해야지 왜 만날 보수화 되어가는 건데?
솔직히 나도 자신할 수가 없다. 정의당이 입각한다해도 입각 후 문재인 정부와 발 맞춰 국가를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과거에만 집착해서 미래를 못 보는데 무슨 협치를 해. 예전처럼 노무현 싫다고 한나라당과 손을 잡거나 민주당 싫다고 이명박 지지하면 어떻게 해? 그게 정치야? 그냥 분풀이지. 자신의 분풀이를 위해 국가의 미래는 보지 못하는 진보에게 왜, 누가 표를 줘야 해? 그리고 이번 대선 과정은 친노들에게 그 때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어.
정권의 성공, 대한민국의 발전과 정의당을 놓고 저울질 하라면 망설일 것이 무언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성공하는 정권에 올인하겠지. 내가 더민주라도 정의당을 위한 자리를 준비하지 않을 거 같아. 지선과 총선은 이제 어쩌지?